자포니카 자유공책(니시 가나코) - 난 평범함을 경멸해

"난 고독해지고 싶은데 다들 날 내버려 두질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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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포니카 자유공책>의 주인공인 '꼬꼬'의 말이다. '꼬꼬'의 원래 이름은 '고토코'. 하지만 발음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꼬꼬'가 되어버린 아이. 유일하게 '고토코'라고 불러주는 이는 글을 좋아하는 할아버지 '이시타'와 말 더듬이 소꿉친구 '폿상'이다. 

 그리고 '꼬꼬'는 '이시타'와 '폿상'을 좋아한다. 멋지고 어려운 말을 하는 '이시타'와 운율이 있는 말더듬이를 하는 '폿상'을 좋아한다. 

 

 초등학교 3학년인 '꼬꼬'에게 가장 좋아하는 말은 고독이고, '꼬꼬'에게 있어서 가족(이시타를 제외한)과 주변인들은 하찮을 뿐이다. 간혹 그녀에게 매력으로 다가오는 이들도 있지만.

 어느 날 '고다 메구미'가 눈 다래끼로 인해 안대를 하고 학교에 등교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꼬꼬'는 '고다 메구미'가 한 안대가 부럽다. 그리고 나중에 가서는 난민이라는 과거사가 있는 '고쿤'이 부럽고, 재일교포인 '박군'이 남달라 보인다. 

 그렇다. '꼬꼬'는 자신에게 없는 뭔가를 가지고 있는 이들을 동경한다. 그리고 절대적인 고독을 원한다. 하지만 반대로 그만큼 주위의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모습의 반작용이기도 하다. 
 그런 '꼬꼬'에겐 더 어른스러운 '폿상'이 있고 어려운 단어를 내뱉지만 그래도 멋진 말을 해주는 '이시타'가 있다. 

 그러면서 '꼬꼬'는 고독을 실제로 느끼고 생각을 하면서 성숙해진다. 

 

 책의 제목인 <자포니카 자유공책>은 '꼬꼬'가 중요한 글을 적어두는 '꼬꼬'만의 공책이다. 그런데 이 공책이 사라짐으로서 '꼬꼬'는 일대혼란을 겪게 되지만 그동안 어려운 것을 듣고 그저 새기는 것에(공책에 적어두는) 불과했던 것들을 머리 속에 되네이고, 가슴에 새기면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 곁을 지키는 가족과 친구를 통해 홀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아닌 서로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과 타인을 알게 되는 법을 배운다. 

 전반적으로 주인공은 '꼬꼬'지만 '꼬꼬'에게만 시점이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꼬꼬'를 중심으로 한 모든 이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다소 설정과 분위기가 만화스러운 느낌이 다분할 정도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가벼운 편이다. 하지만 이야기 안에 내포하고 있는 속 내는 뜨겁고 무겁다. 

 혼자가 아닌 타인과의 관계를 중요시하고 "살아라"라고 이야기하는 책이 바로 <자포니카 자유공책>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가벼운 느낌이 들어서 읽는데 무리도 없고 금방 읽힌다. 재미있는 것은 '꼬꼬'가 있는 학급은 외국인(혼혈 1명 포함해서)이 3명이 되는 다문화 학급이다. 베트남 난민인 '고쿤'. 재일 한국인 4세인 '박군'. 러시아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요코야마 세르게이'.

 그런데 '박군'의 한국 이름은 '규사'. 어머니는 '붕미'다. 이런 이름을 쓰나? 흔치 않은 이름인데 일본인 저자라 한자에 의존해 만든 한국 이름인 듯하다. 그래도 '박군'도 그렇고 '고쿤'도 그렇고 비하하는 등의 문체는 없다. 
 다만 러일전쟁 때 일본이 러시아에게 승리해서 터키인들이 좋아한다는 말이나 8월 15일 2차대전에서 패한 후 천황의 옥음방송을 듣고 눈물을 훔치는 등의 묘사는 있는데, 그냥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인듯. 

 현 세대와 이전 세대와는 차이가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재미있고, 9살짜리 아이라고 믿기 힘든 발상이 곳곳에 있긴 하지만 어쩌면 나도 그랬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게 재미있다. 그리고 진짜 재미는 철없어 보이는 '꼬꼬'가 조금씩 성장해가는게 보인다는 점이다. 

 굳이 단점을 따진다면 만화같은 분위기 때문인지 중언부언이 다소 많은 편. 게다가 마지막 결말은 급하게 긍정모드로 들어가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나기 때문에 다소 갸우뚱하기도 한다는 점이 있다. 

 그래도 재미있으니깐 이 단점들을 커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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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포니카 자유공책

저자

니시 가나코 지음

출판사

북스토리 | 2013-01-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이미 어른이라고 믿었던 어린 시절은 보낸 어른들을 위한 소설 『...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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