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국의 라스푸틴(이토준지) - 불편하지만 생각할꺼리는 만들어주는 만화사과씨만화책방 2013. 1. 2. 16:43
12년 12월에 3권이 출간되었더군요.
전 그 이전에 2권까지 읽었는데, 결국 포스팅이 정말 늦어버렸다는...
만화책을 간간이 보긴 하는데, 이전만큼 많이 보진 못하고 있네요. 영화도 만화도 계속 쌓여만 가고, 업무도 쌓여만가고...
어쨌든 이번에 소개해드릴 책은 '이토 준지'의 <우국의 라스푸틴>입니다. '이토 준지'하면 딱 떠오르는 것은 바로 공포만화가라는 것이죠. <소용돌이>나 <토미에>시리즈 등등. 그런데 이 공포만화 작가가 사회 정치 이야기를 다룬 만화를 그렸습니다. 바로 <우국의 라스푸틴>입니다.
이미 '이토 준지'는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욘&무>를 그리기도 했죠. 하지만 지금까지 봐온 그림체가 워낙 호러스럽다보니 코믹 만화인데도 은근 호러스타일도 간간이 들어간 만화입니다. 그렇다고 호러만화는 아니지만요.
그런데 이번 만화인 <우국의 라스푸틴>은 지금까지 봐온 '이토 준지' 특유의 호러그림체가 곳곳에 들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호러적 성향은 전혀 없는 만화입니다. 정치 시사 만화인만큼 그러한 느낌을 가질 부분도 없죠.
<우국의 라스푸틴>. '라스푸틴'은 실존 인물로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인 '니콜라이2세'곁에서 온갖 권력 행사를 다 부린 인물입니다. 그래서 러시아는 전쟁에서도 패하게 되고, 국가 경제에도 엄청난 손실을 입힌 인물이죠. 그런 '라스푸틴'이라고 지칭되는 인물이 바로 주인공 '유우키 마모루'입니다.
<데스노트>보다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텍스트를 자랑합니다.
게다가 다양한 액션보다는 과거 회상과 한정된 공간에서의 말싸움이 주가 되어서 다소 지루한 부분도 있습니다.
'유우키 마모루'는 국익을 우선시하며 외교에 있어서 최선을 다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천하의 매국노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체포됩니다. 배임과 위계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체포된 '유우키'는 실제로는 훗카이도 출신의 '츠즈키 미네오'의원을 엮기 위한 모종의 국책수사의 일환이죠. 즉, 이미 검찰은 모든 시나리오를 미리 짜둔 뒤에 '유우키'를 잡아 없는 죄를 실토하게끔 한 후에 '츠즈키 미네오'의원을 같은 일당으로 몰아넣고 체포하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유우키'는 외교를 통해 잔뼈가 굵어져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감옥에서 담당 검찰과 한 판 붙기로 결심합니다. 그는 결백하고 '츠즈키 미네오'의원도 결백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유우키'를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담당검찰과의 심리전을 주요 축으로 이끌어 나가고 있습니다.
한 편의 법정 심리 드라마 같다고나 할까요?
이 만화는 실화를 근거로 한 만화입니다. 실제 원작자인 '사토 마사루'는 외무성의 러시아 전문가였고, 체포 된 후에는 공직에서 벗어나 일본 대표 논객으로 활동하는 인물입니다. 그의 저서로 <자멸하는 제국>, <공리주의자의 독서 기술>등 많은 책을 펴냈으며, <우국의 라스푸틴>은 '사토 마사루'의 경험을 그려낸 만화입니다. 스토리 작가로 <20세가 소년>과 <몬스터>의 '나가사키 다카시'가 참여했으며, '이토 준지'가 그림 작가로 뭉친 만화입니다.
그런데 이 만화를 보면 상당히 불편한 것은 확실합니다. 왜냐하면 일본의 대표적인 보수파인 '사토 마사루'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한일간 독도 문제나 러일간 북방영토에 있어서 일본의 권리를 주장하는 인물입니다. 특히 천황제를 지지하는 인물이라고 하면 말 다했죠. 그런 그가 주인공인 만화입니다. 게다가 주인공 '유우키 마모루'의 검찰과 미디어에 대한 한 판 대결을 다룬 만화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이 이 만화의 핵심은 러일간의 북방영토 쟁탈전에 있기 때문입니다.
주인공과 '츠즈키 미네오'의원은 북방영토를 탈환하기 위해 정치적 실리를 영리하게 꾀하면서 가져오려하지만, 중간에 체포되어 무산될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그래서 간간이 북방영토(쿠릴 열도 4개의 섬)에 대한 언급을 볼 수 있죠. 솔직히 이는 러일간의 문제를 다뤄서 무난하게 볼 수 있고, 국내에도 출간될 수 있었지 엄밀히 따지면 한일간의 독도분쟁을 충분히 다룰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끊임없이 독도에 대한 외침을 들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일본입니다. 그들이 그렇게 끊임없이 부르짖는 이유는 자기네 땅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죠. 다만 무식하게 자기네 땅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만화를 통한 당시 북방영유권 주장을 보면 말이죠. 러시아와의 외교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힘을 쓰는 모습을 볼 수 있죠.
'이토 준지'의 그림체로 정치 시사 만화라...
초반엔 너무 이질적이었는데, 계속 보다보니 괜찮더군요.
그래도 보다보면 갑자기 초자연적인 현상이 일어날 것 같고 막 그렇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만화에 나오는 것처럼 검찰이나 일반 의원, 즉 권력자들이 그런 것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점이죠. 타국인으로서는 다행스럽지만 자국내에서는 한탄할 만하죠.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일도 아닌 것이 <우국의 라스푸틴>이 알려주는 권력자들의 모습이 실상 우리네 권력자들의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에 있습니다. 권력을 가지고 유지하려고만 하지 이를 통해 국익에 도움될만한 일은 전혀 하지 않죠.
이 만화에서 국익을 챙기기 위해서는 옛날처럼 전쟁으로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외교를 통해 타국의 정치인들과 국민들을 우호적으로 회유해 챙기려 합니다. 결코 강압적으로 가져오지 않죠. 아니 그렇게 하기도 힘들겠지만.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지금 확실한 우리 땅인 독도도 제대로 지킬까말까합니다. 심지어 독도에 있는 호랑이 조형물을 없애고 친필이 적힌 비석을 세우는 것은 누구를 위한 이익일까요?
<우국의 라스푸틴>은 검찰과 정치인들을 제대로 깝니다. 이런 모습은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고 그대로 가져와도 별반 문제가 없어보일 정도로 별 차이가 없습니다. 소위 권력자, 소수의 엘리트들은 자시느이 위치만 지키려고 하며,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질 줄도 모릅니다. 이는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와도 맞아 떨어지죠.
이 외에도 다양한 재미들이 있습니다. 물론 일본 정치나 역사에 어느 정도 안목이 있으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90년 대말 러시아 정치사 뒷면이나 러시아의 정치 외교, 일본 외교계의 뒷담화까지 다양합니다. 특히 주인공은 신학과 출신으로 외무고시 출신이 아닌 외교관으로서 그 안에서 차별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세상사 다 똑같은가 봅니다.
결국 이 만화는 러시아의 쿠릴열도 (일본은 북방영토)를 은근히 이야기하며 엘리트들을 제대로 까는 만화입니다. 분명 불편한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봐야 할 점은 과연 국익을 우선시 하는 엘리트(지식인, 지도자)는 어떤 인물인가라는 점을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네 보수당 혹은 우파는 '사토 마사루', 아니 만화의 인물인 '츠즈키 미네오'나 주인공인 '유우키 마모루'같은 국익을 생각하는지 궁금하네요.
불편하지만 생각할거리는 충분히 제공하는 만화가 바로 <우국의 라스푸틴>입니다.
우국의 라스푸틴. 1
- 저자
- Sato Masaru (원작) 지음
- 출판사
- 시공사 | 2011-11-15 출간
- 카테고리
- 만화
- 책소개
- 『우국의 라스푸틴』제1권. ‘외무성의 라스푸틴’이라 불리던 한 ...
'사과씨만화책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조 앤 새디2 (정철연) (0) 2013.02.05 진격의 거인 (이사야마 하지메) - 설정이 재미있다 (4) 2013.01.24 가시나무 왕 - 살아라는 메시지를 담은 액션만화 (0) 2012.07.09 H - 그림체는 굿 그외엔 그닥 (0) 2012.06.28 김성준의 cafe말그리기 - 사실주의적 만화가 이야기 (0) 2012.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