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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파라다이스 - 재미난 이야기 보따리사과씨책방 2012. 4. 20. 18:51
한 남자가 2호선 신도림행을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그는 전철이 들어오자 승강장 안으로 들어서기 위해 고개를 드는데, 눈 앞에는 한 번도 보지 못한 광경이 펼쳐져 있다. 그리고 그는 왠 낯선 사내를 만나 과거를 더듬어보기 시작한다. 왜 그는 낯선 사내와 함께 낯선 곳에 있는 것인지 말이다.
<굿바이 파라다이스>는 한 남자가 겪게 되는 환상과 현실을 뒤섞은 이야기이다. 남자가 있는 곳은 단지 고개를 들었을 뿐인데 낯선 공간으로 이동해버렸고, 그가 과거를 회상하면서 자신이 위치한 곳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를 되새기면서 너무나도 가슴아픈 현실이 맞닿아 버린다.
<굿바이 파라다이스>는 총 10편의 단편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단편 모음집으로 '강지영'소설가의 매력을 한 껏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그 중에서 책의 제목이면서 10편의 단편 중에 하나인 <굿바이 파라다이스>는 몸서리 쳐질 정도로 무서우면서도, 눈물나게 슬픈 이야기이다.
한 남자의 과거를 돌아보면서가 그가 겪는 현실은 너무나 현실에 맞닿아 있어서 무서우며, 그러한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는 남자가 슬프다. 제목이 주는 역설 만큼이나 마지막에 낯선 사내가 남자에게 하는 말도 매우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생각한다. 과연 내가 있는 곳은 어디일까?그렇다고 이 책의 모든 단편들이 무섭고 슬프거나 하진 않는다. 다만 섬뜩하고, 웃기기도 한다.
10편의소설은 소설이라는 장르를 최대한 활용하여 독자들에게 반전과 함께 답답한 주인공을 통해 긴장감도 선사해준다.
개인적으로는 장편 소설보단 단편을 더 좋아한다. 특히 '스티븐 킹'의 경우 그의 호러작가로서의 매력은 단편에 있다고 본다. 일단 나를 즐겁게 해준게 단편 소설뿐이라서 그런진 몰라도, '강지영'의 경우는 일단 단편에서 뿜어낼 수 있는 재미를 모두 뽑아내어 준다.
호러소설을 좋아하는 나에게 있어서 이 책은 하나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이다. <캣 오 나인 테일즈>와 <안녕, 나디아>와 같이 매니아적 취향이 물씬 풍기는 이야기도 있고, 슬픈 <굿바이 파라다이스>도 있다. 게다가 반전소설인 <하나의 심장>이나 <그녀의 거짓말>, <시선>과 소설가 '강지영'을 남자로 착각하게 만든 <사향나무 로맨스>의 코믹한 글들은 이 한권의 책을 보는데 전혀 심심하게 만들지 않는다.
죽음과 근친, 연쇄살인 등 다양하면서도 자극적인 소재를 싸그리 집어 넣은 이 책은 매니아적이면서도 대중적인 소설이다. 매니아와 대중이라는 이분법적 사이에 놓여진 이 소설은 솔직히 '모'아니면 '도'다. 하지만 일단 나에게 있어서는 최고점을 주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든 생각은 '강지영'의 이야기 모태가 된다는 할머니를 한 번 뵙고 싶다는 거다. 대체 얼마나 많은 이야기 주머니를 가지고 계신걸까?'사과씨책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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