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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계단 - 탄탄함 그 자체

사과랑 2012. 4. 19. 19:54

사형수인 '사카키바라'는 도통 기억에도 나지 않는 일 때문에 사형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한 재벌가가 고액을 내놓으면서 '사카키바라'의 무죄를 입증해달라는 현상금으로 인해 교도관인 '난고'와 갓 출소한 '준이치'가 이 사건을 맡게 된다. '사카키바라'가 유일하게 기억하는 것은 계단. 그 계단이 이 모든 사건의 실마리다.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소설가 '다카노 가즈아키'의 <13계단>을 읽으면 놀라움에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그가 기본적으로 추리소설이라는 형식을 빌어 일본사회 내의 사형제도의 모순을 정확히 꼬집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사형제도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며, 비단 일본의 일도 아니긴 하지만 상당히 어려운 문제를 추리소설의 입을 통해 풀어나간다는 건 좀체로 보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설이 정말 대단한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치밀한 구성과 사전 정보 습득에 있다. 소설을 읽다보면 이 소설이 이야기하고 있는 사형제도의 폐해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정보를 가져왔는지 대번에 알 수 있다. 게다가 이러한 설명은 이야기의 흐름에 전혀 해가 되지 않게 짜임새있게 촘촘하게 구성되어 나간다. 그로인해 결말 부분에 이르러서는 앞에서 말한 모든 이야기를 마지막에 뒤집어 엎으면서 추리소설과 반전소설에 대한 묘미를 앞당기는 것이다.

 

 

 

한번 쯤 글을 써본이라면 알게 되는 것이 전반부와 중반, 후반부의 흐름이 달라지기 쉽상이다. 특히 추리소설의 경우엔 마지막 결론을 내기 위해서 엄청난 짜임새가 필요해진다. 그런데, '다카노 가즈아키'라는 소설가는 일반적이 추리소설도 어려운데, 감히 사형제도라는 무거운 소재를 하나 더 던져놓은 셈이다. 게다가 이 소설이 처녀작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많은 시간을 공들였으리라 짐작한다.

게다가 제목은 어떠한가. <13계단>이라는 제목은 상당히 중의적인 제목이다. '사키카바라'가 유일하게 기억해낸 것이 바로 계단이며, '난고'와 '준이치'가 열심히 찾아야 하는 게 바로 계단이다. 여기에 사형 판결이 날 때까지 법적으로 13번의 승인이 나야하는데, 이를 13계단이라고 이른다. 또한 마지막 사투가 벌어지는 곳도 계단이 있는 곳이며, 계단에 있는 상(狀) 또한 주인공인 '준이치'에게 의미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뭐 이래저래 다 읽고 나면 이 소설가는 똑똑한 놈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그런데 사형제도에 대한 문제점이 있긴하지만, 가끔 아동성폭행범이나 영화 <러블리본즈>같은 영화를 보면 꼭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사람이 사람을 판단하고 처벌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세상이 각박해지다보니 무엇이 옳은건지도 헷갈린다.

여튼 결론은 이 소설이 왜 인기가 있는지는 직접 읽으면 확인할 수 있다 것.

 

 


13계단(밀리언셀러 클럽 29)

저자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출판사
황금가지 | 2005-12-2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사형이 확정된 수감자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교도관과 전과자가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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